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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아직 덜 자란 나뭇잎 위에 얹혀진 빗방울이 구슬같이 이뻐 보이고 나무뿌리에서 올라온 듯한 수액이나 이제 갓 자란 무순이나 아욱 냄새 같은 것이 코 끝에 맡아지는 것 같다. 후둑후둑거리며 어딘가에 고이는 빗방울을 보면 머위 잎이나 토란 잎이나 호박 잎에 고이는 빗방울이 생각나고 너무 오래 비가 안 오면 밭이 타겠네, 싶고 너무 많은 비가 내리면 논둑이 터지겠네, 싶어 안타깝다.
- 신경숙의 《자거라, 네 슬픔아》 중에서-
*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봅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치며 주르륵 주르륵 하염없이 흐릅니다. 추억처럼, 눈물처럼, 아픔처럼... 비는 지금 창 밖에 내리고 있는데, 마음은 어느덧 어린 시절의 시골집 호박 밭에 가 있습니다. 빗방울은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데, 촉촉히 젖어드는 건 그걸 바라보는 눈동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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