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15. 01:42

3.5 인치 디스켓에 담긴 사랑

1) 이별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제대를 불과 몇달 앞두었을 때였다. 어느날 면회를 온 그녀는 한참동안 망설이더니 갑자기 해외로 떠난다고 했다. 그것도 일주일 후에.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얘기야,대체?"
하지만 나는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직 제대가 몇달이나 남아있었고, 대학을 2년 반을 더 다녀야 했다. "
그후 취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전산과이기는 해도 성적은 바닥권이였다. 영어 실력도 빵점이였다. 그것을 보충할 다른 뾰족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녀도 말이 없었다. 이렇게 이별하는 건가?
"안되는데,"
안 되 는 데.........
나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연락처라도 남겨줘. 제대하면 날마다 전화할께.
"..................아냐, 안해도 돼"
왜? 왜 안된다는 거야? 그럼 편지는? 주소라도 가르쳐줘. 편지는 하지 마.
헤어지자는 거구나. 내가 싫어졌니? 다른 남자친구 생긴거야?
그건 아냐.
그녀는 말을 딱 짤랐다. 슬픈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유난히 핏기가 없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몸도 무척 야위어 있었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다른 남자 생긴거, 절대 아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종화, 너 밖에 없어. 하지만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줘. 부탁이야."
"그런데, 왜 전화조차 안된다는 거야?"
나의 목소리는 다시 높아졌다. 그녀는 힘없이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순간 그녀의 머리칼이 꽃힌 자그만 꽃머리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첫 휴가를 나갔을때 같이 거리를 거닐다가 샀던 거였다. 그녀가 입고 온 옷도 그날 내가 선물했던 거였다.
"가지마, 제발 가지마. 가더라도 조금 있다가 돌아와줘."
날 정말 사랑한다면 내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나도 눈물이 치솟으려 했다.
"그래, 언제까지라도. 네가 돌아만 와 준다면."
나는 굳게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
그녀는 뜻밖에도 품에서 빨간색 3.5인치 디스켓을 한장 꺼냈다.
그리고 내 손에 꼬옥 쥐어주었다.
"여기 우리가 다시만날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어. 나는 3년뒤에 잠깐 귀국할 꺼야. 그때 이곳으로 찾아와줘, 그러면 너랑 결혼하겠어."
정말이야?
나는 너무 기뻐 환성을 지를 뻔 했다.결혼이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이 말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어."
"뭔데?"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물었다.
"거기 내가 부탁한 것이 몇가지 적혀있어. 꼭 그대로 해줘야 해. 알았지? "
"그래. 알았어."
"그럼 잘있어. 나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
"주현아, 꼭 돌아와줘. 그때 만나! 널 사랑해!"

(2) 한글 3.0의 암호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울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녀가 종이가 아니라 디스켓에 만남의 장소를 남겨둔것이 이상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그보다 나는 오직 그 곳이 어디냐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일까?
아니면 첫키스를 나누었던 곳일까?
그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몇 달남은 군대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컴퓨터라고는 286도 볼 수 없었던 말단 소총부대에 있었던 나는 제대할때까지 디스켓을 열어보지 못했다. 오직 관물대 속에 소중히 넣어두고 행여나 깨질세라 조심스럽게 간직했다.
그리고 제대하기가 무섭게 나는 제일 먼저 집으로 뛰어들어와 군복도 벗지 않고 컴퓨터부터 켰다.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가 준 빨간 디스켓을 드라이브에 집어넣었다.
뜻밖의 파일은 두개가 들어있었다.
일단 둘 다 하드에 카피했고 곧장 아래아 한글 2.0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내게 준 파일명은 FIRST.HWP와 SJHR.HWP였다.
나는 FIRST.HWP를 먼저 불러들였다.
아뿔싸! 파일은 3.0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하면서 부리나케 친구들에세 전화를 걸었다.
축하주를 사준다는 놈들을 마다하고 3.0버전을 갖고는 녀석을 수소문해서 부리나케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와 인사를 대강 나눈 후 곧장 컴퓨터에 디스켓을 넣은 후 그 파일을 불렀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랑하는 종화에게.
미안해. 나를 만날 장소는 다음 파일에 적혀있어. 거기엔 암호가 걸려있는데 넌 그것을 풀어야만 나를 만날수 있어. 암호는 영어 소문자로 입력되어 있어. 앞의 세글자는 내 이름의 약자 pjh이고 그 다음에 영어 단어 하나가 있어. 아마 지금 이 글을 보는 너는 무척 실망하고 있겠지.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건 반드시 너 스스로 풀어야만 해. 나는 네가 풀수 있다고 믿어.
나를 사랑한다면 직접 풀어줘.
하지만 만약 3년 안으로 풀지 못하면 포기하도록 해.
그 땐 나를 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리고 토익을 800점을 맞는 다면 이것을 푸는데 도움이 될거야

너의 천사 주현이가.

일순간 나는 멍하게 있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잠시후에 나는 무작정 SJHR.HWP을 읽어들였다.
혹시나 했지만 과연 "암호를 넣으세요" 하는 말이 떴다. 나는 무턱대고 pjhangel을 쳤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어 pjhlove를 쳤지만 역시 아니었다. 나는 당황했다.
정신없이 pretty, happy, marry를 잇따라 넣어 보았지만 모조리 아니었다.
"야, 큰일났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냐?"
나는 친구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자문을 청했다. 하지만 그 친구 또한 별로 뾰족한 수가 없었다.
"아래아 한글 3.0의 암호를 푸는 방법은 아직 없어. 앞으로 언제 깨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무작정찍으면 아마 슈퍼컴퓨터로 해도 수백년이 걸릴거야. 죽을때 까지 해도 가능성이 전혀 없을걸."
"그럼 그녀가 불가능한 것을 제시해 놓고 나를 버리려했단 말이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주현이는 절대 그럴 여자가 아니야."
나는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한참 후 친구녀석이 말했다.
"맞아. 너를 속이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아. 만약 너를 속이려고 했다면 텅빈 디스켓을 주던지 앞의 세자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지 했을꺼야. `사랑하는 종화',나 `너의 천사 주현' 같은 말도 쓰지 않았을 거고. 원수지고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거"
"그래, 맞아. 뭔가 힌트가 있을 거야."
나는 차분히 글을 읽어보았다. 몇번을 읽다 보니 이상한 것이 두가지 눈에 띄기는 했다. 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반드시 내가 풀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토익점수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지만 당장 뾰족한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SJHR.HWP이란 파일의 뜻에 무슨 힌트가 있을까 했는데 그 뜻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3) 해킹의 고수

나는 그 다음날부터 당장 암호풀이에 들어갔다.
우선 제대 기념으로 부모님을 졸라 펜티엄 컴퓨터를 장만했고 도스용 아래아 한글 3.0을 깔았다.
그리고 글자를 입력시키는 수고를 덜기 위해 머리를 썼다.
어차피 앞의 세글자 phj는 밝혀져 있다. 그것만이라도 자동으로 입력시키면 부담이 적다. 나는 한글의 매크로 기능을 이용해 을 누르면 바로 불러오기부터 pjh까지는 입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다시 찍는 작업에 들어갔다.
"beautiful, rose, fine, white, happy, smile....."
그중 어느것도 아니었다. 나도 beautiful과 같은 간단한 단어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그러면서도 우리 둘만이 알 수 있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 영화, 책, 요리 할 것 없이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것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SJHR 또한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낙담한 나에게 친구가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마. 아직 2년 반이란 기간이 있잖아. 그래도 명색이 전산과인데, 한번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 봐. 어쩌면 그녀가 네 컴퓨터 실력을 테스트 해보는 것인지도 모르잖아."
그 녀석의 말을 듣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맞아. 그녀는 전부터 내가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것을 안타까와 했어. 아마 내가 직접 풀라거나, 토플을 잘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해보라는 말 같아. 그래, 한번 직접 풀어볼거야. 반드시 풀어내고야 말거야."
내 결심에 친구는 박수를 보냈다.
"잘 생각했다. 그런데 종화야, 어쩌면 SJHR은 슈퍼종화 홈런이 아닐까? "
뭐야? 하긴 그럴수도 있겠지. 아무튼 열심히 해봐야겠다.
그때부터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일단 서점에서 해킹에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제일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다는 선배들을 며칠간 따라다닌 끝에 2.0을 깨는 프로그램과 난수발생 프로그램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 동안 혹시 하는 마음에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미 이사를 간 후였다. 방법은 오직 암호를 푸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밤새 책을 보면서 연구를 했고 낮에는 선배를 쫓아다니면서 노하우를 듣기에 바빴다.
좋아하던 술과 당구, 볼링을 모두 끊었고 TV도 영화도 보지 않았다.
먹고자는 시간을 빼면 오직 컴퓨터와 씨름했다.
어느덧 나는 컴퓨터 실력이 부쩍늘어가기 시작했다. 1년반이 지났을때 나는 이미 나를 가르친 선배들을 추월했다.
소설잘쓰는 친구가 국문과 학점을 잘 받는 것은 아니듯이 학점은 보통이었지만 해킹실력만큼은 학교에서 첫째가는 고수였다.
나는 수 많은 해킹프로그램의 소스를 분석했고 연습삼아 몇몇 게임의 락을 깨 보기도 했다. 해킹 프로그램을 찾느라고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 인터넷 또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별로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단 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니까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정이 붙었다. 나는 그래픽을 비롯한 컴퓨터의 다른 기능 또한 잠깐 사이에 제법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한편 나는 토플 또한 열심히 들여다 보았는데 암호가 혹시 거기에 나온 단어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암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느덧 4학년 2학기가 되었고 나는 순전히 컴퓨터 실력 만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아 제법 그럴싸한 기업에 미리 취직을 했다.
부모님께서는 흡족해하셨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워 했다. 하지만 막상 나는 조금씩 초초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

(4) undelete

나는 도저히 암호를 풀 방법이 없었다.
통신을 통해 만났던 S,K,P대의 해커 몇명도 내 사정을 듣고 같이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아래아 한글 3.0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떠나간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보름도 채 남지 않았던 어느날, 나는 술을 취하도록 마셨다. 그때 친구 하나가 나에게 뜻밖의 얘기를 해 주었다.
"야, 종화야, 며칠전에 생각난건데 그 SJHR이란 파일말이야, 혹시 신조협려가 아닐까? "
신조협려?
"그래, 거 있잖아. 영웅문 2부. 무척 감동적이니까 안 읽어봤으면 한번 읽어봐. 비디오로도 있는데."
SJHR. 신조협려. 말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럼 그 소설이 어떤 힌트일까? 나는 친구들과 헤어진후에 비틀거리면서 집에 들어 왔다.
서점에 들러 책을 사려다가 여섯권짜리라길래 주머니 사정상 다음에 사기로 했다.
집에 들어온 나는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주현아, 보고싶다, 어디에 있니? 난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쓰다가 지워버렸다. 부치지 못할 편지를 왜 쓴단 말인가?
그러나 지운 순간 갑자기 후회스런 마음이 밀려왔다. 지우는 게 아닌데.
'그래도 남겨둘텐데. 그 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나에겐 추억일텐데'
나는 백업파일을 찾아 편지를 복구했다.
그때 내 머리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그래. 어쩌면 그럴수도 있어!
술이 확 깨였다.
나는 덜리는 손으로 책상서랍에서 그녀가 준 빨간 3.5인치 디스켓을 꺼냈다.
2년동안 어떤 문서도 저장하지 않고 그녀가 준 그대로 소중히 간직한 디스켓이였다. 나는 디스켓을 드라이브로 밀어 넣고 프롬프트를 a로 옮긴 후에 undelete를 쳤다.
잠시후 영문으로 된 설명과 함께 파일 ?INJOHR.HWP을 복구시킬 것인지를 묻는 메세지가 떴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면서 y(예스)를 눌렀다.
가끔 파일 이름을 정해놓았는데 나중에 바꾸고 싶을때가 있다.
그런 경우 rename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이름으로'로 저장하고 옛날것을 지우는 경우도 많다. 그럴때 옛날 것은 undelete 하면 살아나게 마련이다.
내가 기대한 것은 그렇게 해서 살아나게 될 파일 중에 어쩌면 중요한 힌트가 될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어쩌면 같은 디스켓에 있는 파일이니까 SJHR.HWP 의 백업본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은 암호가 안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내용부터 쓰고, 고쳐쓰면서 엣날 것을 지우고, 그 다음에 암호를 지정하고...'
이런 절차로 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 였다.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INJOHR.HWP란 파일이 있었던 것이다. ?INJOHR.HWP
은 아마 SJHR.HWP의 처음 이름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바꾸었겠지. 그렇다면 암호가 정해져 있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높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고 하면서 복구한 파일을 불러들였다.
순간 나는 깜짝놀랐다.
차마 믿을 수 없는 말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의 사랑 종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를 속인거......... 용서해줘.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너를 마지막으로 찾아갔을때 난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어.
만약 그 사실을 말하면 네가 군대 생활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서.. ......... 탈영할까봐서........... 어쩔수 없이 거짓말을 했던 거야.
그리고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어.. 내가 죽을 목숨이란 것을 알면 넌 분명히 매일 술에 쩔어 살것 같았어.. 그래서 일부러 암호를 장치하고, 그것을 풀게 노력하도록 유도한거야. 그러면 아마 넌 그것을 풀기위해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할 테니까. 토익얘기도 그래서 썼던 거였어.
네가 이것을 읽고 있을때 나는 이미 죽고 없을꺼야.
내가 일부러 거짓말로 처음 세글자를 틀리게 가르쳐 줬으니까.
아마 넌 한동안 헛수고를 했겠지.
하지만 연금술사가 금을 제조하는데 실패했어도 화학의 발전을 가져왔듯이, 너의 컴퓨터 실력은 무척 많이 발전했을거야.
아마 이건 먼 훗일 누군가에 의해 한글 3.0이 깨어질때 풀리겠지. 어쩌면 그 누군가가 너일 수도 있을 거고. 그랬음 좋겠다.
며칠전에 신조협려란 책을 읽었어. 한 여자가 자신이 죽으면 남자가 따라 죽을까봐 일부러 16년 후에 만나자고 거짓말을 남기고 벼랑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너무 가슴아팠어.
그럼 열심히 잘살고 하늘나라에서 만나. 아니면 다음 생에서....
우리 그땐 절대로 이렇게 빨리 헤어지지는 말자.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 너만을 사랑했던 주현이가
2003. 3. 15. 01:21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유대 문학 미드라쉬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다윗왕이 궁중의 한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하여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매우 큰 승리를 거둬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그리고
동시에 그 글귀가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내 용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

보석 세공인은 명령대로 곧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습니다. 그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 주고, 동시에 그가 낙담했을 때 힘을 북돋워
드리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말을 써 넣어야 할까요?"

솔로몬이 대답했습니다.

"이런 말을 써 넣으시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왕이 승리의 순간에 이것을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가
낙심중에 그것을 보게 되면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
2003. 3. 15. 01:19

성공에 대하여

어느 미국 벤처 투자가가 멕시코의 조그만 어촌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 해변엔 조그만 배 한 척과 어부 한 사람이 있었다.
투자가는 가까이 다가가 배 안에 노란색 지느러미를 가진 참치 몇 마리가 잡혀있는 것을 봤다.
미국인 투자가는 어부에게 아주 멋진 물고기라고 칭찬하면서, 이것들을 잡는데 얼마나 걸렸냐고 물었다.

멕시코 어부는, “얼마 안 걸렸어. 그저 잠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미국인은, “왜 더 오래 배를 타면서 더 많은 고기를
잡지 않는 거죠?”라고 물었다.

“그야, 이 정도 물고기면 가족들이 당장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으니까.”
어부는 이렇게 답했다.

미국인은 다시 물었다. “물고기 잡지 않는 다른 시간엔 뭘 하세요?”

어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늦잠자고, 애들이랑 놀아주고, 마누라랑
낮잠자고, 마을 어귀를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포도주 한잔 마시고,
그리고 친구들이랑 기타 치며 논다우.”

그러자 미국인은 어부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전 텍사스 대학에서 MBA를 받은 사람입니다. 아저씨께 성공하는 법을
알려드리죠. 만일 아저씨가 고기를 잡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아저씨는 돈을 모아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겁니다. 그 더 큰 배로
더 많은 고기를 잡아 배 몇 척을 더 살 수 있겠죠.
그리고 더 많아진 배로 더 많은 고기를 잡아서 이제는 고기잡이 선단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잡은 고기를 중간 상인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식당이나 가공 업체에 직접 내다 파는 거죠.
아니면 자신이 직접 생선 납품 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고요.
결국엔 아저씨가 생선의 공급, 가공, 납품까지 모든 것을 독점 운영하는
겁니다. 이렇게 사업이 커지면 물론 아저씨는 이 조그만 마을을 벗어나
멕시코 시티 같은 도시로 나가야 될 겁니다. 거기서 더 사업이 커지면
미국 LA로, 그리고 거기서 사업을 더 확장해 뉴욕까지 진출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저씨는 기업의 회장님이 되는 겁니다.”

어부는 물었다. “그게 얼마나 걸리유?”

“한 15년에서 20년 걸리겠죠.”라고 미국인이 답했다.

어부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그런 다음엔?”

미국인은 크게 웃으며 답해 주었다. “바로 그 다음이 아저씨 인생에 있어
최고의 날이 되는 겁니다. 아저씨는 아저씨 기업의 주식을 상장하고 주식을
사람들에게 팔아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이는 겁니다. 말 그대로 백만장자가
되는 거죠.”

“백만장자? 그리고, 그 다음엔?” 멕시코 어부가 다시 물었다.

“그런 다음 은퇴하는 거죠.” 미국인의 마지막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조그만 어촌으로 내려가 늦잠자고, 고기 좀 잡고, 애들이랑 놀아주고,
마누라랑 낮잠자고, 마을 어귀를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포도주 한잔 마시고,
그리고 친구들이랑 기타 치며 놀면 되죠."
2003. 3. 15. 01:18

사랑은 언제나 자신에게 말한다...광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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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자신에게 말한다
2003. 3. 15. 01:15

세가지 필터

어느 날, 소트라테스의 제자가 흥분해서 그에게
왔다 ....
"선생님, 사람들이 그러는데 파이동이 어쩌구....."
"잠깐,"소크라테스가 그의 말을 중단시켯다."
지금 그 얘기는 세 가지 필터를 통과한 것이뇨 ?"
"남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세 가지를 무어보는 것이네 ..
그 이야기가 사실인가 ?
그 이야기가 중요한가 ?
그 이야기를 하는것이 꼭 필요한가 ?
이 세 가지 질문에 '예' 라고 답할 수 있다면 어디
그 이야기를 해보게."
그러자 그 제자는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 갔다.
2003. 3. 15. 01:14

훌륭한 프로그래머의 딜레마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가난하다. 그가 가난을 벗어나려면 그 "훌륭함"부터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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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씨와 "훌륭한"씨는 각각 "엄청난소프트웨어회사"와 "허벌난소프트웨어회사"의 두 직원이다. 우연치 않게 두 회사에 정확히 똑같은 내용의 주문이 들어왔다. "열나어려운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열심히씨는 처음 예상 소요 시간인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예상 외의 장애를 직면했고, 밤샘 작업까지 해가면서 3개월의 마지막 날 매니져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열나게 프로그램을 짰슴다. 밤샘도 하고요. 제가 지금까지 작성한 프로그램은 2000줄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기술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했습니다. 복잡한 버그(프로그램의 오류)도 몇 가지 해결해야 하고요. 한 달 가량이 더 필요합니다." 그러고 한달 후 열심히씨는 몇 개의 버그와 더불어 나름대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매니져와 고객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다. 벌겋게 충혈된 눈과 미쳐 깎지 못한 수염, 무지무지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2500여 줄의 프로그램과 함께.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였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훌륭한씨는 매니져가 "의무적으로" 잡아놓은 예상 소요 시간 3개월의 첫 2달 반을 빈둥거리며 지냈다. 매니져는 훌륭한씨가 월말이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 아직 한 줄도 못짰어요. 너무 어려워요. 좀 봐주세요."라고 처량하게 자비를 구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웬걸, 마지막 날 훌륭한씨는 예의 "너무도 태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150여 줄의 프로그램과 함께. 그 프로그램은 멋지게 "열나어려운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매니져가 그 코드를 들여다 보자, 한마디로 "너무도 쉬웠다." 초등학생도 생각해 낼 정도였다. 매니져와 고객은 이름을 "열나쉬운문제"로 바꾸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훌륭한씨는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3개월 씩이나 걸려서 풀었습니까? 왜 이렇게 성실하지 못하죠?"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둘 중에 누가 승진을 했을까?

열심히씨는 승진하고, 급여인상을 받았다. 훌륭한씨는 급여삭감을 직면하고는 퇴사해 버렸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가난하다. 훌륭한프로그래머의딜레마인 것이다.

--김창준 [이 이야기는 SE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 Wicked Problems, Righteous Solutions 에 나온(원래는 CACM 기사였던) 일화를 직접 각색한 것이다]

위나라의 임금이 편작에게 묻는다. "그대 삼형제 가운데 누가 제일 잘 병을 치료하는가?" 큰 형님의 의술이 가장 훌륭하고 다음은 둘째 형님이며 저의 의술이 가장 비천합니다. 임금이 그 이유를 묻자 편작이 대답한 내용은 이러했다. '큰 형님은 상대방이 아픔을 느끼지 전에 얼굴빛을 보고 그에게 장차 병이 있을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그가 병이 생기기도 전에 원인을 제거하여 준다. 그러므로 상대는 아파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따라서 그간 자기의 고통을 제거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큰 형이 명의로 소문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둘째는 상대방이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그의 병을 알고 치료를 해준다. 그러므로 이 경우의 환자도 둘째형이 자신의 큰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속에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을 알아 보았다. 환자의 병이 심하므로 그의 맥을 짚어야 했으며 진기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그러한 행위를 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자신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믿게 되었다. 내가 명의로 소문이 나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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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프로그래머는 어려운 문제를 "터무니 없을 정도로 간단한 문제"(see also RidiculousSimplicity)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해결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러고는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우습게 본다.

중간치기나 하치기 프로그래머는 어려운 문제를 어렵게 혹은 더욱 어렵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것이 너무도 기발한 해결법으로 보인다. 역시 그들은 쉽게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러고는 중간치기 하치기 프로그래머를 대단하게 본다.

see also 노자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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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IBM사에서는 프로그램의 줄 수에 따라 급여를 계산했었다. (사실 지금도 이런 회사가 상당수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 줄 수가 늘어날 수록 숨겨진 버그 수와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 줄 수는 더 늘어나게 되고, 덕분에 프로그래머는 돈을 더 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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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 쉽게 짤 수 도 있으나 어렵게 짜는 수를 일부러 부릴 때도 있는 것같네요. 위에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열심히" 프로그래머인 것처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군발이 시절 3시간 정도 할 수 있는 일을 언제나 하루 정도 걸려서 끝마쳤죠. 만약에 그 일을 3시간에 정말 끝마쳐 버린다면 다음 프로젝트때는 그 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2시간 정도를 주는 것으로 바뀌어져 버리니까요. 이건 곧 그사람의 직업관?에도 연관 되는 문제가 아닐련지. --ruru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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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프로그래머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간단한 문제"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을 뿐더러, "터무니 없을 정도의 어려운 문제로 보이는 쉬운 문제"를 잘 섞어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재주가 있다. 당연히 중간치기, 하치기 프로그래머 모임에 있어서는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해결안을 제시하기도 전에 간단히 배제가 되고 만다.
이유는??
중간치기, 하치기 프로그래머가 바라보는 시선이 이미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범위 밖에서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뿌리를 잘라내는 얘기는 당연히 범위 밖의 바보같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예로,
입술에 묻은 밥알을 떼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있어 미세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손, 그 중에서도 엄지와 검지손가락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지는 중간치기 하치기 프로그래머들의 모임이 있다.

훌륭한 프로그래머의 "입술에 묻은 밥알을 혀로 떼어 먹으면 되잖아요"란 해답은 당연히 먹힐리 없다. "어깨 반경을 좁히기 위헤 손을 직선으로 올려 팔꿈치로 90도를 꺾으면 최단거리의 궤적이 나오고, 이때 밥알의 접착성을 이용해서, 검지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접착성은 상온에서만 유지되고 밥알은 굳기 이전의 14시간 내에, 습도 70%이상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그 이외의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란 답이 그 회의에서의 정답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훌륭한 중간관리자가없이는 훌륭해질 수 없다.--c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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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프로그래머의 조건에는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됩니다. 그가 한 일이 어떤 일인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해낸 것에 불과합니다.

관리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쉬운 일을 복잡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더 평가할 리 없습니다. 관리자, 평가자의 문제이죠. 보통 회사에서는 source code를 '갑'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source code를 길게 짜는 능력은 간혹 필요할 때만 쓰면 되는 능력이죠. 일을 간단하게 해결했어도 '갑'에게는 엄청난 연구개발 끝에 성공했다고 구라를 쳐야만 합니다.

보통 회사에서는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을 넘겨주기 때문에, 복잡한 일을 간단하고 쉽게 풀어내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영업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적정한 가격에 적정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고, 결국 일을 간단하고 쉽게 풀어내는 사람은 더욱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여를 하게 되고, 급여가 올라가게 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프로젝트의 업무를 분담할 때 미리 회의를 통해 업무량을 가늠해보고 그에 맞추어 일정을 정하고 인력을 배정합니다. 예상보다 일을 빨리 끝내면 당연히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회사의 관리가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어설프지는 않습니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남들도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인지 고민해 보고, 남들이 왜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착각일수도 있고, 남들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자신이 훌륭한 프로그래머라고 생각되는데 남들은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2003. 3. 15. 01:07

마이 샤이닝 스타

내가 이 찻집에서 일한지도 벌써 10년째다.
나는 항상 출근을 하면 청소를 하기 전에 가게를 쭉 둘러본다.
어제 왔었던 사람들을 기억해 보고 빙긋이 웃는다.
아무도 없는 찻집이 왁자지껄 해진다.
그들의 숨소리, 웃음소리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이 내 유일한 기쁨이다.

왜 우리 찻집이 'MY SHINING STAR'란 이름이 붙었는가 하면
맑은 낮시간에는 거의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비가 오는 날엔 발디딜 틈없고
누구라도 우리 찻집에 들어서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는 꼭 다시 찾곤한다.

나 또한 그 매력 탓인지 다른 자리를 마다하고 눌러앉아 있는 것이고
숱한 단골손님 또한 그렇다.

일단 한번 와보면 알겠지만 우리 찻집은 바닷가에 지어진 7층 건물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다를 향한 벽에 커다란(한면이 모두
창이라 할 만큼)창이 있어 손님들은 가장자리 창쪽에 앉길 바란다.

그렇지만 바닷가의 모든 식당과 찻집, 술집에는 이런 창이 있다.
하지만 어느 곳도 없는 것이 우리 찻집에는 있다.
바로 천장이다. 우리 찻집의 천장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MY SHINING STAR'의 매력이다.

사람들은 우리 찻집의 푹신푹신한 의자를 뒤로 재치고 비스듬이 누워
차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길 좋아한다.
낮에 수영복 차림의 미녀들이 누워 일광욕을 하는가 하면
밤에는 연인들이 의자를 붙이고 나란히 누워 간단히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별자리를 찾는다. 게다가 혹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에 부딧치는
빗방울들을 보기를 좋아하는 연인들도 있다.

하늘을 보는 것을 잠시 잊어버렸던 사람들은 가끔씩 찾아
몇시간이고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가기도 한다.
내가 처음 이 찻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나는 누워서 차를 마시는 것이
그렇게 어색할 수 없어서 한참을 당황해 한적도 있었다.
물론 우리 찻집에 오는 손님들이 다 눕지는 않는다.
몇몇 나이든 어른들은 앉아서 이야기 하길 좋아해 내가 차를 끓이고
칵테일을 만드는 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꿈꾸는 젊음을
부러워 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 찻집에 오는 손님들을 지켜보길 좋아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와 만나 보고 싶고 그들의 꿈과 그들의 삶을
듣고 싶다. 실제로 나는 이 찻집에서 만났다가 결혼을 한 많은 연인들을
기억해 낼 수 있으며 그들의 꿈 또한 잘 알고 있다.
나는 비록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도 다른 사람의 꿈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어느덧 MY SHINING STAR는 내 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찻집에서 일한지 10년 째지만 아직 주인을 만나 보지 못했다.
주인은 항상 내게 간단한 쪽지를 보낸다. 물론 팩스로....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나는 온라인으로 부쳐오는 내 보수를 받고 가게 수입을
주인의 구좌에 예입하고 다시 각종 영수증과 서류를 팩스로 보낸다.
실제로 나는 이 찻집을 운영하며 내가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간혹 주인인양 착각하기도 한다.
주인 또한 내 경영방식이 마음에 드는지 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내 보수가 늘어가고 나는 그 보수중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떼어 적금을 들고 있다.
언젠가는 주인에게서 이 찻집을 살거라는 소망을 위해.....

찻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뭐니뭐니해도 유리를 닦는 일이다.
안팎을 모두 깨끗이 닦아 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그날이 바로 우리 찻집의 휴일이기도 하다.
휴일이 오면 나는 내 손으로 창을 닦기 시작한다.
사다리를 놓고서 안쪽 유리부터 잘 닦아낸 다음 바깥 유리를 닦는다.
이때는 닦기 쉬운 천장유리는 쉽지만 바다를 향한 유리는 약간 위험한
일이다. 7층 높이에서 밑을 바라보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 같다.
더군다나 위태위태한 밧줄 하나만 허리에 묶고서는..
이만하면 우리 찻집 소개는 대충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이야기는 우리 찻집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의 기록이다.
나는 이 때의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가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우리 찻집엔 손님들이 별로 없었고 나 또한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로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려와 바빠지는 걸 원치 않아 했다.
창가에 몇몇의 연인들이 나란히 누워 정답게 속삭이며
블루마운틴과 브루하와이 등을 마시고 있었고, 밤에는 최대한 어둡게 하여
보름달의 신비로운 빛이나 촘촘한 별빛을 쐬게 한다는 내 방침에 따라
찻집은 어두컴컴한 채로 비를 맞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란히 기댄채 나즈막히 이야기하는 게 전부라서
매우 퇴폐적인 분위기가 될거라는 주위의 걱정을 싹 가시게 한 점이다.

그 날은 비가와서인지 천장에 부딧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일부러 음악도 틀지 않았다.
단지 습기를 없애려 촛불을 여러군데 켜 놓았다는것 밖엔.....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나는 꽤 오랫동안 여기서 일해왔지만 혼자서 여길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적어도 누구를 만나러 여기 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그는 바 모퉁이에 앉아서 아주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리 찻집에 온 손님 중 내가 처음보았던 슬픈 눈이었다.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만들어 주자 그는 빙그레 웃었다.
참 슬픈 웃음이었다.

- 처음 오십니까?

- 아뇨, 10년만이요..

- 그래요?

- 그때 당신은 처음 여기서 일하게 되었지요.
그때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는데 맛이 형편 없었소.

-지금은 썩 괜찮을 겁니다.

-그때는 이곳 분위기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어떠십니까?

-지금은 저렇게 하늘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오.
별빛을 보거나 빗방울들을 지켜보는게 그 때는 정말 행복했었는데 말이요.

더 이상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더 묻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손님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해 줄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그 남자는 아주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에스프레소를 마시고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가 버렸다.

옛날의 내 눈빛도 저랬으리라.
꿈을 잃어버린채 살아갈 때의 모습.
그 남자에 대한 추억이 다시 살아난 것은 문을 닫기 위해
불을 끄고 나가려는 순간, 비가 그쳤다는 것을 알았고
날씨가 개이는 것을 보려고 불을 끈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구름이 빠르게 걷치고 별빛이 하나, 둘 드러날 때
나는 거의 완벽한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냈다.
물론 그 옆에 있던 한 여자도.

내가 MY SHINING STAR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여기 해변으로 와서 밥벌이를 목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했었다.
마침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 자리를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치고
며칠 안되었을 때의 일이 었다.
아마도 나는 그들로 인해 이곳 MY SHINING STAR를 사랑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와~~~~! 이런 곳도 다 있었군요....
각종 컵들을 씻고 있던 내가 문득 입구를 보니 작고 귀여운 느낌의
여자가 (소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탄성을 올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 남자가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때 남자는 에스프레소를, 여자는 레몬에이드를
시켰었다.) 그들은 처음엔 의자를 세우고 마주보고 있었다.
여자는 자주 고개를 들고 자꾸만 천장을 올려다 보았고 그런 모습을
남자는 아주 행복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 음료를 갖다주자 여자가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된다.
여자는 계속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다 못한 내가 충고를 했다.

- 의자를 젖히시고 누워서 하늘을 보세요. 훨씬 편할 겁니다.

- 네에..

여자는 쑥스러운 듯 잠시 망설이다 남자를 보았다.
그렇게 하라는 뜻인지 남자가 웃었고 조심스럽게 그녀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들은 그 후로도 거의 매일 이곳에 들르게 되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져 나란히 누워서 빗방울이 유리로
떨어지는것을 함께 보거나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는 밤하늘과
그믐날 지독스레 반짝이는 별빛을 보는걸 좋아했다.

나는 우연히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저 있잖아요.
이렇게 멋진 곳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이 소복히 유리창에 쌓인다면 . 난 아마 기절할 꺼에요.
그런 일은 없을꺼야. 여긴 절대로 눈이 오지 않으니까..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눈이 꼭 오겠죠.
우리가 변치 않는다면 언젠가 첫눈 오는 날 여길 다시 찾을 거구요.

그때 그 여자의 아름다운 눈빛을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후로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꿈꾸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었다.

MY SHINING ...☆..STAR 가 내 꿈이 되어버린 것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그렇게도 좋아 보였던 그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된 것도,
10년만에 그가 여길 다시 찾은 것도 내게 참을 수 없는 의문이었다.
그의 그런 슬프고 허무한 눈빛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왕국에서 그런 쓸쓸함을 보이다니....
그가 다시 온다면 꼭 물어봐야지 하고...
결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찾아왔다.

비가 다시 내리는 날이었다.
그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아주 오랜 습관처럼 천천히 마셨다.
잔을 치우면서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당신을 기억해 냈습니다.
쓸데없는 일을 했군요..
이제 그때의 나는 지금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여자분은 어디 있지요? 헤어졌나요?
글쎄요. 어딘가에서 이 하늘을 보고 있겠지요....

그는 잠시 황망히 천장을 올려다 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녀는 비오는 날을 가장 좋아했지요.
빗방울이 유리창에 끝없이 부서지는 모습을 사랑했어요.
또, 그런 빗방울들이 온통 눈송이로 변한다면 하는 꿈을 꾸면서..
다 끝나 버렸어요.
왜 그랬죠? 왜 헤어진거죠?
그는 담배를 찾아 물었다.

올 겨울도 눈은 안내리겠죠? 여긴 너무 따뜻하니깐...
이해할 수 없군요. 그렇게 좋아보였는데...
다 내 잘못이지요. 그녀는 내가 떠나는게 항상 두려웠어요.
내가 떠나고 난 뒤 깨어져 버릴 행복을 견딜 수 없어 먼저 떠나려 했어요.
난 그녀를 잡지 못했죠.
그저 멍하니 뒤돌아 선 모습만 보고 있었을 뿐이죠.
바보같이 돌아 올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한 사흘후면 웃으며
돌아올거라 믿으며 그냥 보냈어요.
내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인지도 모른 체.....

돌아올 겁니다. 반드시!
나는 그를 위로하려 했지만 도무지 그런 절망의 눈빛을 바꿀순 없었다.
사람들을 보세요! 저 사람들은 여기에 와서 각자 하늘을 보고
자기만의 별을 하나씩 정해놓고 가지요.
그 별빛을 보며 자기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기도 하죠.
가끔씩 외롭고 지치면 다시 찾아와 자기만의 빛나는 별을 찾으며
힘을 내곤 한답니다.
자! 힘을 내고 당신의 별을 찾아요. 가장 빛나는 나만의 별을.....

나는 제법 힘있게 말했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소용없어요. 난 별빛이 눈부신 밤하늘을 볼 자신이 없어요.
밤하늘을 아무리 찾아도 내 별이 없다는 걸 알아내곤 실망하는게 두려워요.
내 별은 저 하늘엔 없어요.
아니..내겐 그런 하늘조차 없는 거죠.

그는 일어섰다.
축 처진 어깨로 찻집을 나가는 그의 모습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는 그후로 좀처럼 다시 오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안올지도.....

겨울이 깊어가고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나는
더 추워지기 전에 유리를 닦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휴점>이라는 팻말을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붙이고선 아침부터
유리를 닦기 시작했다.
맑은 겨울 하늘을 보다 잘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꼼꼼히 닦아야 했다. 천장의 바깥유리를 닦을 때였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간의 허무감에 빠져서 내려 왔다.
참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중얼거리며 이왕 휴일을 선언한 김에
일찍 들어가서 잠이나 푹 자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선 불을 끄려
찻집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엔 또 자그마한 소리들이 되살아나
떠들고 있었다. 그 소리들 중에는 그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도 있었다.
나는 잠시 슬펐다.

오오! 맙소사!
빗방울 보려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나는 그만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이... 눈이 오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몇십년만에 이 고장에 눈이 오는 것이다.
드디어 MY SHINING STAR 의 유리 지붕에도 눈이 쌓이는 것이다.
나는 허겁지겁 1층으로 달려가 <휴점>간판을 걷었다.
불을 켜고 손님맞을 준비를 했다. 눈이 오다니...
정말 가슴 벅찬 일이 었다. 눈 내리는 하늘을 보게 되다니...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첫 손님이었다.
눈이 옵니다. 드디어 MY SHINING STAR에도 눈이 오는 거죠.
빙긋 웃으며 신나게 말하던 나는 문앞에 서있는 여자의 안타까움을
그녀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무도 없나요?
문을 연지 5분도 안됩니다. 기다리시지요.
그래요. 오늘은 밤을 새서라도 기다려야죠.
그녀는 길다란 머리카락에 묻은 눈을 털 생각도 않고, 창가에 앉아
눈이 내리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에스프레소 --.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조금은 말랐고 머리가 길어 얼른 못알아 봤지만 그 눈매만은
변하지 않았다. 오오 이럴수가~
나는 그때 그 남자의 연락처를 알아 놓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를 끓이는 내 손은 점점 떨려왔다.
손님들이 하나, 둘 쌍쌍으로 들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주문을 받는 것도,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다는 것도 잊고
멍하니 출입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는가 싶더니, 곧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왔다.
MY SHINING STAR의 유리지붕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 했다.
그러나 유독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 보지 않고..
눈 내리는 바다만 지켜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절망으로 둘둘 싼 듯한 그 남자가 들어왔다.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뉴스를 듣고 비행기로 세시간을 날아왔소! 20년만에 처음이라죠.
한번만 이 모습을 보려고 마지막으로 한번만....
마지막이라고요? 천만에!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가 그녀를 발견한 것과 동시에 그녀도 그를 보고 일어났다.
그는 다급히 나를 보고 말했다.

이럴수가! 이것 봐요!
전화기 밑을 들춰보면 빨간 단추가 있을거요.
그녀를 위해 준비한 건데, 이건 정말 바보 짓거리라고 수없이 비웃으며
그래도... 그래도 하며 준비한 건데, 그녀가 돌아왔어! 돌아와 줬어!
이것 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어서 가봐요!
나는 그의 등을 밀었다.

그가 외쳤다.
내가 바로 MY SHINING STAR의 주인이란 말이요!
어서 단추를 찾아 눌러요!
나는 놀라움과 당황함 속에서도 단추를 허겁지겁 찾아 눌렀다.
그러자 MY SHINING STAR의 유리지붕이 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얀 눈이 찻집안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잔 위에도, 탁자 위에도, 잠시 떠나 있었던 둘의 머리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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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머지않아 결혼을 한다. 참 멋진 한쌍이 될 것이다.
아주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영원히....
그날은 내게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MY SHINING STAR의 주인을 처음 보았고, 또 숨겨진 비밀도 알았고,
아주 아름다운 사랑을 보았고, 내 MY SHINING STAR가 처음으로
눈 속에 파묻힌 그 눈부신 밤을 보았다.
팩스가 왔다. 주인이 보낸 것이다.

< 여긴 스키장이오! 그녀가 좋아하는 눈이 지천에 깔렸소.
그녀도 이제 눈에 질리기 시작했지만 그때의 눈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그건 눈이 아니라 별이었으니.
당신 구좌 잔고를 함부로 조사한 데에 대해 용서를 구하오.
꽤 많은 저축을 했더군요. MY SHINING STAR를 소유할 만큼 많은 돈을...
함부로 지붕을 열지 말기를 바라오. 당신의 꿈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계약은 돌아가서 하기로 합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

나는 그 쪽지를 쥐고서 전화기 밑에 숨겨진 단추를 누른다.
자정이 지난 밤 하늘 그 별빛이 내려온다.
내려온다. 내려온다.
아니면, 내가 별빛을 향해 올라가는 것인지...

MY SHINING STAR . . .




* * * T h e   E n d * * *

{BGM}The Manhattans - Shining Star
2003. 3. 14. 23:42

여기다가 결혼이랑 상관없는 야그 써두 되요?

아.. 우울하다..
갑자기 우울해졌떠요...
기태씨랑 미서니 결혼소식에 이어 어제랑 오늘 줄줄이 결혼 청첩장 도착과 평생 울리지도 않던 핸드폰은 요란하고.. 주말마다 결혼식 잡혔넴..ㅋㅋㅋ

근데 전 우울해요. 이제 한국에 있을날도 고작해야 한 3~4개월인데,, 처음 맘이랑은 다르게 많이 우울하네요. 보고 싶은 사람도 못보고, 사랑하는 앤이랑도 떨어져 있어야 하구..

그냥.. 유학이고 모고, 다 때려치우거.. 나도 울 앤이랑 결혼해서 이쁘게 살고 싶어요.
아.... 괴롭다...

참고: 이런글 남겨서 지송해요...
2003. 3. 14. 17:26

2003/3/14

오전 : 증권업무에 관한 교육받았음

오후 : VMU개발건 화면구성도 워드작업

2003. 3. 14. 14:55

이야~~ 시간 잘 간다~~

내 카운트가들어간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벌써 175일에서 169일로 되어있네~~ ^^
넘 좋아라~~
빨랑 끝났으면 좋겠당~~ 누구(재순....)한테는 좀 듣기싫은 얘기겠지만.....
내가 이날들을 얼마나 고대 했었던가???????????
하루에 이틀씩 지났으면 아니 하루에 한달씩 휙휙 지나갔으면 좋겠당... ^^
좀만 참자 서누야!!!!!!!!!!!!!

서누 파이팅!!!!!!!!!!!!!!!!